우리의 소화관은 그 두께와 폭, 세세한 형태에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원통형으로 생겼고, 음식물이 그 안을 지나가면서 잘게 부서지고, 영양분이 흡수가 됩니다. 이 중 소화관의 끝자락에 있는 대장은 흡수되고 남은 음식찌꺼기나 소화관 내의 분비물 등을 대변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주된 장기입니다. 이러한 대장의 미끈한 벽 사이에 홈 같은 곁 주머니가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게실이라고 부릅니다. 채소와 같은 섬유소의 섭취가 부족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게실이 생기는 발생 기전과 게실이 생겼을 때 문제가 되는 합병증, 그리고 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게실의 발생 기전
게실은 기본적으로 변비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에서 잘 생깁니다. 섬유소의 섭취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면, 대변량이 감소하게 되고, 대변 내의 수분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게실 발생의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배변을 위해 압력이 크게 가해져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대장 벽에서 저항력이 가장 낮은 부위에 점막이 불룩하게 장 바깥쪽 방향으로 돌출되게 됩니다. 주로 이러한 부위는 장 사이 막 띠와 편측 띠 사이에 있는 관통 혈관의 유입 부위입니다.
내시경에서 보면 미끈한 장 벽 사이에 구멍 같은 홈이 푹 빠져 있는 형태이고, 장 외부에서 본다면 도깨비방망이의 가시처럼 작은 혹 같은 것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형태입니다.
게실의 합병증과 치료
1. 단순 게실염
게실염은 주로 대장 게실의 미세한 천공으로 인해 생깁니다. 미세하게 구멍이 난 게실을 통해 대변 성분이 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되고, 이로 인해 대장 바깥쪽에서 대장 주변으로 감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장 바깥쪽 공간은 무균 상태여야 하지만, 균이 존재하는 노폐물들이 빠져나가게 되면 염증이 발생합니다.
게실염이 발생한 후 추가적인 합병증이 존재하지 않다면, 48시간 내의 항생제 치료로 증세는 호전될 수 있습니다. 증세 호전이 되고 나면 약 3주 후에 가능한 정확한 진단과 혹시 모를 대장암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대부분 추가적인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첫 번째로 발생한 게실염에서 다시 게실염이 재발할 확률은 약 30%입니다.
2. 게실 주위 농양
게실에서 게실염이 발생한 후, 이것이 악화되어 게실 주변에 고름 주머니 (농양)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농양이 생긴 경우, 게실염과 유사하게 병변이 생긴 부위로 통증과 압통을 동반할 수 있으며, 열이 나기도 합니다. 농양이 크게 생긴 경우에는 진찰에서 복부에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복부 CT나 초음파 등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충수돌기염이나 충수돌기 주변 농양과의 감별을 요합니다.
농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 복부 피부에서 초음파 등을 가이드로 하여 배농술을 시행하고, 항생제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농양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경피적 배농 및 항생제 치료를 시행한 후에 염증이 소실되고 나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두고, 지연적으로 게실 부위에 대해 수술적 제거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농양이 심한 경우나, 주변 조직의 괴사가 동반된 경우 등 병변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해당 병변의 절제 및 결장 조루술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농양이 생겼던 부위에는 배액관을 거치하게 됩니다. 결장 조루술은 결장을 배 밖으로 꺼내서 임시로 항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으로, 수술 부위가 충분히 다 나을 때까지 수술 부위 대장으로 대변이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두 달 정도 후에 원래처럼 결장을 이어 붙여 주고, 복강안으로 넣어주는 복원 수술을 하게 됩니다.
3. 게실염 이후 발생하는 장폐쇄
급성 게실염 발생 후 10~30%가량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염증 부위와의 유착이 주요 원인으로 심한 경우 수술을 통해 절제 후 연결을 해 주거나, 게실 농양 발생 시와 마찬 가지로 절제 후 일시적으로 결장 조루 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게실염 이후 장 천공
염증성 게실 혹은 게실 농양 부위에 천공이 발생하여, 복강 내에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실에서 천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게실 주위 염증이나 농양 등이 발생하고, 골반 내에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염이 복강 내로 퍼지거나, 천공이 된 부위에서 염증이 심해져서 주변 대장 벽까지 염증이 발생하면서 장천공이 커지는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장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되는 상황으로 패혈증까지도 진행 가능한 질환으로 반드시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응급 수술 시에는 천공이 일어난 장 부위를 절제하고, 장루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복강 내를 세척하여 복강 내에 잔존하는 오염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배액/배농이 가능한 관을 거치하여 복강 내에 남을 수 있는 오염물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합니다. 입원 기간 중에는 정맥 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합니다.
두 달 이상 경과 후, 염증 부위가 충분히 회복되고 난 뒤에는 대장 복원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5. 게실염 이후 장과 다른 장기와의 누공 형성
염증 부위가 인접 장기와 접한 상태에서 계속 염증이나 농양이 진행되면서, 정상 조직이 염증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상 조직이던 다른 장기와 유착이 생기고 이차적으로 누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대장 방광 누공으로 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흔합니다. 대장 방광 누공시 장내 물질이 방광으로 새어나가면서 방광을 비롯한 비뇨기계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배뇨곤란이나 대변뇨, 공기뇨, 복통, 반복적인 요로 감염 등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패혈증이나 요로에 출혈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대장 방광 누공 외에도 대장 피부, 대장질, 대장 소장, 대장 요도 누공 등 인접할 수 있는 모든 장기와의 누공 형성이 가능합니다. 누공의 크기와 위치, 길이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치료법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게실과 게실염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복적인 게실염이나 게실염으로 인한 이차적인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게실염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 이후에는 반드시 식습관 등의 개선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의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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