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대세 배우의 사생활 스캔들로 연예면이 시끄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전 연인과의 관계에서 연인의 임신, 낙태 종용, 그리고 이별 통보에 대한 폭로가 나오더니, 이후에는 아니나 다를까 그 배우의 이전 행동들에 대해 나노 단위로 파고들어 소위 까내리는 영상이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지인들의 말이라며, 전 연인의 실체라는 내용들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론은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양쪽이 모두 다 인정한 팩트는 둘이 연인이었고, 서로 원해서 관계를 가졌고, 여성이 임신을 했고, 아이를 지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여성의 몸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거죠.
피임만 잘했더라도 이렇게 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사들 내용으로 추정해 보자면, 스캔들을 폭로한 전 연인인 모 씨가 건강상 문제로 임신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마 피임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여러 가지 이유에서 피임을 안 한 거죠. 가끔 실패인 경우도 있겠지만요.
갈수록 첫 성관계의 연령은 어려진다는데, 이런 것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성인들 중에서도 피임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피임. 하면 보통 '콘돔'만 떠올리는데, 그 외에 어떤 피임법이 있는지, 또 어느 정도로 피임이 가능한지 대략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확실한 피임법
가장 확실한 피임법은 관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외에 두 가지는 (남성이) 정관을 묶고, (여성이) 난관을 묶는 겁니다. (둘 다 수술받았을 때, 제일 확실합니다.)
정관이란 남성의 정자가 나오는 길을 이야기하죠. 정소에 있던 정자가 정관을 통해서, 남성의 성기로 이동하여 배출됩니다. 임신이란 결국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가능한 것이기에, 정자가 남성의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애초에 막아서 임신 가능성을 없애는 것입니다. 비뇨기과에서 수술 가능합니다. 큰 수술이 아니에요. 그리고 대부분 다시 풀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비혼 주의에, 아이가 생기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애초에 수술을 하는 편이 서로를 위해 안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잠깐의 고통을 참으면, 성생활의 즐거움은 계속 누리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나중에 낙태 종용했니 어쩌니 하는 문제로 시끄럽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물론, 가끔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정관 결찰술을 한 뒤, 약 1년 뒤쯤 정액 검사를 해서 정액 내에 정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간혹 정관 수술을 하면, 남자 구실을 못한다더라, 무슨 병이 생긴다더라.라는 검증되지 않은 말들을 하며 핑계를 대는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입니다.
난관결찰술은 여자가 하는 거죠. 난관을 전기 소작으로 지지는 방법과 링으로 결찰 하는 방법이 있는데, 추후 임신 계획이 있다면 링으로 결찰 하는 방법을 쓰면 됩니다. 여성의 난관결찰술 시에도 임신 확률이 0%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주 낮기 때문에 추후 임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여성 입장에서는 난관결찰술을 해 버리는 게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수술적인 방법은 자궁 적출술이 있지만, 이는 체내에서 장기 일부를 적출해 내는 수술이므로, 질환의 치료를 위해 쓰는 방법 입니다. 따라서 단순 피임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하는 피임 기구
1. 루프 (자궁 내 피임 장치)
자궁 내에 설치하는 기구입니다. 아주 예전에는 구리로 된 루프를 썼습니다. 자궁 내에 루프를 넣으면, 수정란이 착상이 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루프를 피해서 착상되어 임신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리로 된 재질 외에도 좀 더 안전한 재질로 된 루프들이 나와 있으며, 유지기간은 5년입니다.
루프의 기계적인 효과에, 여성 호르몬의 작용을 동시에 이용하는 피임 기구가 있으며, 흔히 '미레나'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것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여성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데, 소량으로 분비되어 전신적인 부작용을 줄이고, 자궁에만 작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자궁 내막을 얇게 유지하여, 피임을 도와주는 것으로, 생리혈과 생리통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합니다. 미레나 역시 사용 유지 기간은 5년입니다.
일반 루프와 미레나 모두 산부인과에서 시술 가능하며, 시술 후 제 위치에 잘 있는지도 한 달 정도 이후에 초음파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거 역시 산부인과에서 가능합니다.
2. 피하 삽입 피임기구 - 임플라논
임플라논으로 알려진 피임 기구는 주로 위팔의 안쪽 피부 아래에 삽입하는 막대형의 피임기구입니다. 극소량의 황체호르몬이 배출되어, 배란을 막아주어 피임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국소 마취로 가능하고, 별로 외관상 표시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거 역시 국소 마취로 가능합니다.
사용 가능 기간은 3년으로 미레나나 루프보다는 짧은 편이며, 호르몬의 특성상 부정 출혈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역시 산부인과에서 시술 및 제거가 가능합니다.
3. 피임 주사
3개월마다 맞는 주사로, '사야나'라는 제품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먹는 피임약이 번거로우면서, 장치를 이용하는 것은 꺼려질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 치료에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수유모에게도 투여가 가능한 피임약입니다.
4. 경구 피임약
일반 의약품으로도 구매 가능하며, 처방을 받아서도 살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피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비급여입니다. 경구 피임약은 생리 날짜를 조절하기 위해서 복용하시는 분들도 많죠. 보통 한 통에 21일 치가 들어있는데, 피임을 위해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21일을 복용하고, 1주간 휴지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까먹지 않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번거로운 면이 있습니다.
5. 사후 피임약
응급 피임법으로 알려진 사후 피임약은 일반 경구 피임제나, 피임 기구에서 소량의 호르몬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고용량의 여성호르몬 폭탄을 투여하여, 배란과 수정을 막고, 착상을 방해하여 피임을 유도합니다. 일반적으로 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임 성공 확률을 80-90%가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계 후 복용 시간이 늦어질수록 피임 실패율이 높아지므로, 피임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피임 확률이 높습니다. '엘라원'이라는 사후 피임약의 경우에는 최대 5일 이내에 복용 시에는 피임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복용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임 효과는 떨어집니다.
전문 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와 진료 후, 주의 사항이나 복용법에 대해 상담 후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고용량 호르몬제인 만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타 피임법
여성이 할 수 있는 피임은 대부분 호르몬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이는 아무래도 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수술을 한 상태가 아니라면, 콘돔을 잘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무해한 피임법이라 하겠습니다.
피임 성공 확률이 낮긴 하지만, 약물이나 기구 또는 기타 시술적인 방법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피임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기법
여성의 배란 주기를 이용해, 임신의 위험이 있는 날은 관계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리 주기를 28일이라고 가정하면, 생리 시작일로부터 14일째가 배란일로 예상됩니다. 정자는 체내에서 며칠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배란 추정일 기준 전후 2-3일간은 임신 가능 기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배란테스트기 (배테기)도 구매 가능하므로 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만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경우에는 피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생리 중 (엄밀히 말하면 부정 출혈일 가능성이 큽니다.)에 관계 후에도 임신이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2. 체외 사정 법
아마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남성에서, 흔히 시도하는 피임법이 아닐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생각합니다. 결국 관계는 하되,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않게 하려는 물리적인 시도 입니다만, 남성의 인내 (?)가 필요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피임 성공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분들도 많은데, 한쪽에선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여러 가지 아픈 사연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제대로 된 피임을 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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