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치질로 통하는 치핵을 포함하는 항문 질환은 대개 뭉뚱그려 치질로만 알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치핵과 치열, 그리고 치루는 병의 형태나 진단, 치료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보니 어디 가서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병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항문 전문 병의원이 많아져서, 접근성이 좋아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단이 되어야, 적합한 치료를 받으실 수 있으므로, 의심이 되면 일단 진료를 먼저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치핵과 치열, 그리고 치루 중 이 글에서는 먼저 가장 대표적인 치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치핵이란?
치핵은 쉽게 항문선에서 주변 조직이 돌출되어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에는 배변 시에 힘을 많이 주는 상황이 반복되면 직장항문 부위의 울혈(피가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혈관이 정맥류처럼 변하면서 치핵이 진행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현재는 단순히 혈관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항문 주변의 지지조직에 주목합니다. 배변 활동이 적절하지 않거나, 항문에 부담을 주는 자세가 장시간 지속되는 등의 생활이 항문 주변 조직 내부의 정맥총에 울혈을 유발하고, 또한 주변 탄성 결합 조직이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현상이 서서히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겉으로 보기에 조직이 튀어 오르거나, 항문관 내부에서 항문 밖으로 나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정상정인 항문 주변 조직보다 치핵 조직은 부피가 크고 상처를 받기가 쉬워 항문상피가 찢어지고 이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거나, 울혈로 인해 혈전(피가 엉긴 덩어리)이 발생하는 등 항문 주변 혈관의 순환 장애가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치핵은 크게 외치핵과 내치핵으로 분류합니다. (과거에는 수치질, 암치질 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습니다.) 쉽게 외부에서 봤을 때 항문 경계선 부근에서 발생하는 것이 외치핵이라고 하고, 항문 경계선에서 안쪽인 직장 쪽에서 발생하는 치핵을 내치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치핵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타입도 많습니다.
치핵의 호발 위치는 환자의 신체에서 앞쪽을 12시 방향이라고 했을 때, 좌측면 (3시 방향), 우측 후면 (7시 방향), 우측 전방 쪽 (11시 방향)에서 가장 호발 합니다.
치핵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 (치핵 조직의) 탈출, 통증입니다.
2. 내치핵의 분류
내치핵의 심한 정도를 분류하는 기준은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증상을 기준으로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1) 1도 - 항문관 내에 있으면서 배변 시에도 탈출되는 현상이 거의 없음.
(2) 2도 - 배변 시에는 항문관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저절로 원위치로 돌아감.
(3) 3도 - 배변 시에 항문관 밖으로 튀어나와서 손으로 밀어 넣지 않으면,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음.
(4) 4도 - 평상시에도 장시간 서있거나, 걷거나 하는 일상생활 중에도 항문관 밖으로 튀어나옴.
-> 이 중 3,4도의 내치핵은 치핵 근본 절제 수술(hemorrhoidectomy)의 적응증이 되며, 1,2도라 하더라도 환자가 그로 인한 불편감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3. 치핵의 급성 변화
(1) 감돈 치핵
내치핵이 항문관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상태에서 치핵 조직 내의 혈액 순환 장애가 발생하면 (쉽게 항문에 치핵 조직의 목이 졸리는 상태가 되는 것) 내치핵 조직 내부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게 됩니다. 이로 인해 조직이 부어오르고, 내괄약근의 수축이 유발되면서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감돈이 된 지 얼마 안 된 직후에는 치핵을 다시 안쪽으로 밀어 넣는 환원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감돈 된 상태에서는 수술을 했을 때 출혈도 많고, 수술 절개 부위도 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능한 좌욕 등을 통해 붓기와 통증을 완화시키고, 다시 밀어 넣은 후에 수술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좌약이나 연고, 소염 진통제 등의 약물 치료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2) 혈전성 외치핵
외치핵에 혈전이 생겨서 급격히 부어오르게 되면, 치핵 자체가 단단하게 만져지게 되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큰 혈전성 치핵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우므로 혈전 제거술과 같은 외과적 처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크기가 많이 크지 않고, 항문 경계 부근에 생긴 작은 것은 좌욕 등을 통해 통증과 붓기를 줄여 줄 수 있고, 좌약이나 연고를 사용하는 것으로 호전이 되기도 합니다.
4. 치핵의 보존적 치료
치핵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배변 습관입니다. 배변 시 장시간 오래 배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면, 항문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치핵이 발생하고 악화되므로 이에 대한 교정이 필수입니다. 배변은 변의가 생겼을 때, 화장실에서 지나치게 오래, 강하게 힘을 주지 말고, 3분 정도 이내에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3분 이상 힘을 주고 있어도 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정리 후 다시 변의가 느껴질 때 화장실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배변 후 항문을 지나치게 문질러 닦는 등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비데를 이용하거나, 부드럽게 꾹 눌러서 닦는 것이 좋습니다. 치핵 환자의 경우, 대체로 강하게 닦아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항문 조직에 상처를 만들거나, 항문 주변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변의 성상이나 상태도 치핵에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주는 식습관의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변비의 경우, 배변 시 힘을 주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변 자체가 딱딱해져서 기존에 발생한 치핵 조직에 상처를 내며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야채나 식이섬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여 변이 딱딱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설사인 경우도 좋지 않은데, 설사는 배변 횟수가 극도로 늘어나는 상태가 되므로, 그때마다 항문에 부담이 가해집니다. 따라서 출혈이나 혈전 형성, 항문 주변의 피부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설사를 일으키는 식습관도 피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알코올, 자극적인 음식, 향신료가 과도한 음식의 경우도 피해야 합니다.
항문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좌욕이나, 입욕 등은 치핵으로 인한 통증이나 부기를 완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치핵의 크기 감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다만 지나치게 장시간 하거나, 부적절한 온도는 피부염 또는 저온 화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입욕이 가능한 정도의 온도로, 10분 이내로 하시는 것이 좋으며, 여성의 경우 질염의 예방을 위해 좌욕 전 반드시 세척 후 좌욕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핵의 발생, 악화 요인 중 하나가 복압이 상승하는 상황으로 치핵이 심하거나, 일시적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골프, 등산, 헬스나 무거운 것을 드는 등의 상황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임신 역시 치핵의 발생 및 악화의 요인이 되는데, 임신 중 발생한 치핵의 경우 대부분 분만 후 산욕기가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증이 심하거나, 혈전성 외치핵 등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꼭 수술을 고려하시기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병원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치핵은 생각보다 더 흔하고, 불편하지만 조절 가능한 질환입니다. 적절한 생활 습관과 보존적인 요법으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기에 평소에 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통증이나 출혈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악화된 치핵의 경우, 절제 범위가 넓어지고, 또 이로 인한 수술 후 합병증의 발생 빈도도 올라갈 수 있으므로, 그냥 방치하시면 안 됩니다.
'건강 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부 장기 수술시에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차이 (0) | 2021.05.31 |
---|---|
얼굴 주름 보톡스의 효과와 적용 부위, 부작용 (0) | 2021.05.27 |
의료급여수급권 암환자의 의료비 지원 (0) | 2021.05.24 |
종아리 보톡스, 승모근 보톡스 등 보톡스 체형 윤곽 교정술의 효과와 부작용 (0) | 2021.05.24 |
여드름 치료 - PDT 치료 (광역동 치료)의 기전과 효과 (0) | 2021.05.18 |
댓글